결정구조가 왜 중요한가요?
지난 1편과 2편에서 플라스틱 수지의 열적 성질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3편부터는 고분자의 결정구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지의 기계적 물성은 온도변화에 매우 민감합니다. 그리고 결정형성은 화학적 및 입체적 규칙성에 크게 의존합니다. 쉽게 말해서 고분자 사슬이 얼마나 규칙적으로 배열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이 형성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합니다.
결정구조를 이해하면 왜 어떤 플라스틱은 수축이 심하고 어떤 플라스틱은 수축이 적은지, 왜 어떤 플라스틱은 투명하고 어떤 플라스틱은 불투명한지 등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식은 수지 선택과 가공 조건 설정에 매우 유용합니다.
결정성 수지와 비결정성 수지의 구분
용융온도 유무로 구분하기
플라스틱 수지를 분류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용융온도의 존재 유무입니다. 용융온도가 있으면 결정성 수지이고, 용융온도가 없으면 비결정성 수지입니다.
수지에서 Tm의 존재 유무는 수지가공 특성과 수지 물성을 전반적으로 지배합니다. 같은 조건으로 사출성형을 해도 결정성 수지와 비결정성 수지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보입니다.
다음 표에서 대표적인 결정성 수지와 비결정성 수지를 정리했습니다.
| 결정성 수지 (Tm 존재) | 비결정성 수지 |
|---|---|
| PE | PVC |
| PP | PS |
| Polyester (PET, PBT) | ABS, SAN |
| Polyamide (6, 66) | PC |
| POM | m-PPO |
| PPS | PES |
PE와 PP는 우리 생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입니다. 비닐봉지, 플라스틱 용기 등에 많이 사용됩니다. 이들은 모두 결정성 수지입니다.
반면에 투명한 CD 케이스나 안전모에 사용되는 PC, 장난감이나 가전제품 외관에 많이 사용되는 ABS는 비결정성 수지입니다.
온도에 따른 물성 변화 차이

결정성 수지와 비결정성 수지는 온도가 변할 때 물성이 변하는 양상이 다릅니다.
결정성 수지의 장점은 Tg 이상으로 온도가 증가해도 일정 수준의 기계적 물성이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결정 구조가 뼈대 역할을 해서 유리전이온도를 넘어서도 어느 정도 형태와 강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성 수지의 단점은 사출성형 시 고수축된다는 것입니다. 용융 상태에서 냉각되면서 결정이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부피가 크게 줄어듭니다.
비결정성 수지의 장점은 저수축으로 사출성형 시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결정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냉각 시 부피 변화가 작습니다. 치수 정밀도가 중요한 부품에 적합합니다. 하지만 비결정성 수지의 단점은 Tg 이상으로 온도가 증가하면 기계적 물성이 급격하게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결정이라는 뼈대가 없기 때문에 유리전이온도를 넘어서면 물성이 빠르게 떨어집니다.
그래프를 보면 이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세로축은 물성, 가로축은 온도입니다. 결정성 수지의 물성 곡선은 Tg 이후에도 완만하게 감소합니다. 반면에 비결정성 수지의 물성 곡선은 Tg 이후에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일정 수준의 요구물성이 있다고 가정하면, 결정성 수지는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까지 요구물성을 만족할 수 있습니다. 비결정성 수지는 Tg 부근에서 이미 요구물성을 만족하지 못하게 됩니다.
수지 선택의 기준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수지를 선택해야 할까요? 수지 선택의 관건은 요구물성과 경제성입니다.
만약 높은 온도에서도 물성이 유지되어야 하는 제품이라면 결정성 수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치수 정밀도가 중요하다면 비결정성 수지가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격도 고려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범용 플라스틱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보다 저렴합니다. PE나 PP같은 범용 플라스틱으로 충분한 용도에 비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경제적이지 않습니다.
결정성과 비결정성 영역의 공존
실제 플라스틱의 구조

실제 플라스틱에서는 결정성 영역과 비결정성 영역이 대부분 혼재되어 있습니다. 결정성 수지라고 해서 100% 결정인 것은 아닙니다. 결정 영역 사이사이에 비결정 영역이 존재합니다.
현미경 수준에서 플라스틱 내부를 관찰하면 결정 영역은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고, 비결정 영역은 분자들이 뒤엉켜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결정 영역은 밀도가 높고 비결정 영역은 밀도가 낮습니다.
비결정성 영역도 환경 조건에 따라 결정화될 수 있습니다. 열적 조건, 용매유도, 연신 등의 방법으로 비결정 영역을 결정화시킬 수 있습니다. 열적 조건이란 특정 온도에서 오래 유지하는 것을 말하고, 용매유도란 특정 용매를 사용하여 결정화를 촉진하는 것을 말합니다. 연신이란 플라스틱을 잡아당기는 것으로, 분자 사슬이 정렬되면서 결정화가 촉진됩니다.
결정형성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결정형성 정도는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첫째, 저분자량의 고분자 사슬입니다. 분자량이 작은 고분자 사슬은 움직이기 쉽기 때문에 결정 구조로 배열되기 쉽습니다.
둘째, 높은 유연성입니다. 사슬이 유연하면 구부러지기 쉬워서 다른 분자들과 규칙적으로 배열되기 쉽습니다.
셋째, 친결정형성 경향입니다. 분자 구조 자체가 결정을 형성하기 쉬운 형태인 경우 결정화도가 높아집니다.
결정성 수지와 비결정성 수지의 상세 비교
열적 특성 차이
결정성 수지와 비결정성 수지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열적 특성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결정성 수지는 온도를 증가시키면 Tm, 즉 용융온도가 있습니다. 온도 변화에 따라 Tg에서 Tcc로, Tcc에서 Ts로, Ts에서 Tm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Td까지 순차적으로 변합니다. 여기서 Tcc는 결정화온도이고, Td는 분해온도입니다. 결정화온도란 냉각 시 결정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온도이고, 분해온도란 고분자 사슬이 끊어지기 시작하는 온도입니다.
반면에 비결정성 수지는 온도를 증가시켜도 Tm이 없습니다. Tg에서 Ts로, Ts에서 Td로 변합니다. 결정화온도 Tcc와 용융온도 Tm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결정성 수지는 치수정밀도가 낮고, 비결정성 수지는 치수정밀도가 높습니다.
에너지 및 가공 특성 차이
결정성 수지는 용융 시 많은 열량이 필요합니다. 고체에서 액체로 상전이가 일어날 때 잠열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잠열이란 온도 변화 없이 상태만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열에너지입니다. 얼음이 물로 변할 때 온도는 0도로 일정하지만 열을 계속 공급해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반면에 비결정성 수지는 용융되지 않기 때문에 적은 열량으로도 가공할 수 있습니다. 잠열이 최소화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리전이온도 이상으로 가열해서 연화시켜야 하지만, 결정을 녹이는 데 필요한 추가 에너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결정성 수지는 냉각 시 결정화에 의한 발열이 있습니다. 결정이 형성되면서 열이 방출되기 때문에 금형 냉각시간이 길어집니다. 이 열을 충분히 제거해야 제품을 금형에서 꺼낼 수 있습니다.
비결정성 수지는 결정화에 의한 발열이 없습니다. 따라서 금형 냉각시간이 짧습니다. 같은 두께의 제품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비결정성 수지로 만든 제품이 더 빨리 냉각됩니다.
이번 편에서 배운 핵심 내용
이번 3편에서는 고분자의 결정구조 중에서 결정성 수지와 비결정성 수지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결정성 수지와 비결정성 수지는 용융온도의 유무로 구분합니다. 결정성 수지의 대표적인 예로는 PE, PP, PET, PBT, PA, POM, PPS가 있고, 비결정성 수지의 대표적인 예로는 PVC, PS, ABS, SAN, PC, m-PPO, PES가 있습니다.
결정성 수지는 Tg 이상에서도 물성이 유지되지만 수축이 크고, 비결정성 수지는 수축이 작지만 Tg 이상에서 물성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수지 선택은 요구물성과 경제성을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실제 플라스틱에서는 결정 영역과 비결정 영역이 혼재되어 있으며, 환경 조건에 따라 비결정 영역이 결정화될 수 있습니다.
다음 4편에서는 결정형성을 위한 구조적 요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화학적 규칙성, 입체규칙성 등이 결정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