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수지의 특성을 왜 알아야 할까요?
플라스틱 사출성형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수지 자체의 특성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수지의 특성에 따라 가공 조건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온도, 같은 압력으로 성형하더라도 수지의 종류에 따라 결과물이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플라스틱 수지의 특성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열적 성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열적 성질이란 쉽게 말해서 플라스틱이 온도 변화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성질입니다. 사출성형은 플라스틱을 가열해서 녹인 다음 금형에 주입하고 다시 냉각시키는 과정이므로, 열적 성질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플라스틱 수지의 특성은 크게 여섯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수분흡수성, 밀도의 영향, 열적 성질, 용융흐름지수, 물리적 성질, 그리고 고분자의 결정구조입니다. 이 중에서 열적 성질은 유리전이온도, 용융온도, 비열, 비카트연화온도, 열변형온도 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번 1편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유리전이온도와 용융온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겠습니다.
유리전이온도란 무엇인가요?
고분자 결정과 분자 운동의 관계
유리전이온도를 이해하려면 먼저 고분자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고분자 결정은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쌓여서 형성됩니다. 마치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것처럼 분자들이 일정한 패턴으로 배열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입체적으로 규칙성을 가지고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공간적인 구속력이 생깁니다. 쉽게 말해서 분자들이 서로 꽉 잡고 있어서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마이크로브라운 운동이 쉽게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마이크로브라운 운동이란 고분자 사슬의 분절이 열에 의해 움직이는 운동을 말합니다. 분절이란 고분자 사슬의 일부분을 의미하는데, 영어로는 Segment라고 합니다. 전체 고분자 사슬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슬의 일부분이 부분적으로 흔들리면서 움직이는 것입니다.
열을 가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런데 고분자에 열을 가하면 어떻게 될까요? 온도가 올라가면 분자간 운동에너지가 증가합니다. 운동에너지가 충분히 커지면 앞서 설명한 마이크로브라운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시점의 온도가 유리전이온도입니다. 영어로는 Glass Transition Temperature라고 하며, 줄여서 Tg라고 표기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물질에 열을 가하면 고체에서 액체로 변하는 상변화가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얼음에 열을 가하면 물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고분자의 유리전이온도에서는 상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신 그래프에서 변곡점이 나타납니다. 변곡점이란 기울기가 변하는 지점을 말합니다.

온도와 부피의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를 보면, 유리전이온도를 기점으로 기울기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리전이온도 이전에는 부피가 천천히 증가하다가, 유리전이온도를 넘어서면 부피가 더 빠르게 증가합니다. 물성도 마찬가지로 유리전이온도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변화합니다.
유리전이온도 전후의 물성 변화
플라스틱은 고유한 Tg 값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Tg를 기준으로 전후에 다른 물성 변화를 보입니다. 이것은 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Tg 이하의 온도에서는 플라스틱이 굳고 취약한 상태입니다. 영어로 Brittle하다고 표현하는데, 쉽게 깨지기 쉽고 신장율이 낮습니다. 신장율이란 잡아당겼을 때 늘어나는 비율을 말합니다. Tg 이하에서는 플라스틱이 거의 늘어나지 않고 그냥 부러져버립니다.
반면에 Tg 이상의 온도에서는 경도가 약간 감소합니다. 경도란 단단한 정도를 말하는데, Tg를 넘어서면 약간 부드러워진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신장율은 개선됩니다. 잡아당겼을 때 더 잘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유리전이온도를 조절하는 방법
Tg를 변화시키는 세 가지 방법
실무에서는 필요에 따라 유리전이온도를 조절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유리전이온도를 변화시키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경화도를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경화도를 높이면 Tg가 상승합니다. 경화란 플라스틱이 단단해지는 과정을 말하는데, 경화가 많이 진행될수록 분자들이 더 촘촘하게 연결되어 Tg가 올라갑니다.
두 번째는 가소제를 첨가하는 것입니다. 가소제를 첨가하면 Tg가 감소합니다. 가소제란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첨가제입니다. 가소제가 고분자 사슬 내에 파고 들어가서 사슬 사이의 간격을 넓혀줍니다. 이렇게 되면 자유 체적이 증가하면서 Tg가 낮아집니다. 자유 체적이란 고분자 사슬들 사이에 비어 있는 공간을 말합니다.
세 번째는 코모노머를 사용하여 공중합하는 것입니다. 코모노머란 다른 종류의 단량체를 말하며, 공중합이란 두 가지 이상의 단량체를 함께 중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방법은 주로 Tg를 낮추는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Tg를 증가시키는 요인
더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들이 Tg를 변화시키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치환기의 극성이 커지거나 수소결합이 커지면 Tg가 증가합니다. 극성이란 분자 내에서 전하가 치우쳐 있는 정도를 말하고, 수소결합이란 수소 원자를 매개로 한 분자간 인력을 말합니다. 이런 힘들이 커지면 분자들이 서로 더 강하게 잡아당기기 때문에 Tg가 올라갑니다.
사슬의 강직도도 Tg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방향족기가 많은 사슬은 Stiff하여 Tg가 증가합니다. 방향족기란 벤젠 고리와 같은 구조를 말하는데, 이런 구조가 많으면 사슬이 뻣뻣해져서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Stiff하다는 것은 뻣뻣하다는 뜻입니다.
분자간 인력이 커지면 역시 Tg가 증가합니다. 분자들이 서로 강하게 끌어당기면 더 높은 온도가 되어야 분자들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용융온도의 개념과 특성
용융온도란?
유리전이온도 다음으로 알아야 할 중요한 개념이 용융온도입니다. 용융온도는 영어로 Melting Temperature라고 하며, 줄여서 Tm이라고 표기합니다.
용융온도는 결정 구조가 완전히 무너져서 100퍼센트 비결정성 상태가 되었을 때의 온도입니다. 이 상태에서 플라스틱은 고점성도의 액체 상태가 됩니다. 고점성도란 점도가 높다는 뜻으로, 물처럼 흐르는 것이 아니라 꿀처럼 끈적끈적하게 흐르는 상태입니다.
실무에서 중요한 점은 동일한 조건에서 Tm이 높으면 성형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입니다. Tm이 높은 수지를 녹이려면 더 많은 열을 가해야 하고,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입니다.
용융온도에 영향을 주는 인자
용융온도에 영향을 주는 인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압력의존성입니다. 지방족 고분자는 방향족 고분자보다 압력에 덜 민감합니다. 예를 들어 POM은 지방족 고분자이고 PEEK는 방향족 고분자인데, POM이 PEEK보다 압력의존성이 훨씬 낮습니다.
둘째, 분자질량입니다. 분자량이 크면 Tm에 영향을 미칩니다. 분자질량은 영어로 Molecular mass라고 합니다.
셋째, 입체규칙성입니다. 입체규칙성은 영어로 Tacticity라고 하는데, PP와 PS의 경우 Isotactic이 Syndiotactic보다 Tm이 높습니다. Isotactic은 치환기가 모두 같은 방향에 배열된 구조이고, Syndiotactic은 치환기가 교대로 배열된 구조입니다.
넷째, 분자비대칭입니다. 분자가 대칭이면 Tm이 증가하고, 비대칭이면 Tm이 감소합니다.
Tg와 Tm의 관계
Tg/Tm 비율의 의미
유리전이온도와 용융온도 사이에는 일정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 관계를 Tg/Tm 비율로 나타냅니다.
대칭성 고분자의 경우 Tg/Tm 비율이 약 1/2입니다. 반면에 비대칭성 고분자의 경우 Tg/Tm 비율이 약 2/3입니다.
여기서 비대칭성 고분자란 2개의 동일한 치환체를 가지지 않는 주사슬원자를 포함하는 고분자로 정의됩니다. 나머지는 대칭성 고분자로 간주합니다. 쉽게 말해서 분자 구조가 좌우 대칭인지 아닌지에 따라 구분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Tg/Tm 비율에 따른 고분자 분류
Tg/Tm 관계는 약 80퍼센트 정도의 정확도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비율에 따라 고분자를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Tg/Tm 비율이 1/2 이하인 경우는 높은 대칭과 짧은 반복 단위를 가지는 고분자입니다. 주로 고결정성 플라스틱이 여기에 해당하며, PE, PTFE, POM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Tg/Tm 비율이 1/2에서 2/3 사이인 경우는 대다수의 대칭성 및 비대칭성 고분자가 해당됩니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Tg/Tm 비율이 2/3 이상인 경우는 비대칭성 고분자이며, 메틸렌이나 입체규칙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1/2 이하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의 중합체를 가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공중합체의 Tg/Tm 관계

공중합체는 두 가지 이상의 단량체로 만들어진 고분자입니다. 영어로는 Copolymer라고 합니다. 공중합체의 Tg/Tm 관계는 구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Random 공중합체의 경우 결정형성이 어려워서 Tm이 감소합니다. 그래서 높은 Tg/Tm 비율을 유지합니다. Random 공중합체란 두 종류의 단량체가 무작위로 섞여 있는 구조입니다.
반면에 Block 공중합체의 경우 결정형성이 가능해서 낮은 Tg/Tm 비율을 유지합니다. Block 공중합체란 같은 종류의 단량체가 블록 단위로 연결된 구조입니다.
그래프를 보면 호모폴리머가 가운데에 위치하고, Block 공중합체는 그보다 위쪽에, Random 공중합체는 아래쪽에 위치합니다. 이는 같은 Tg에서 Block 공중합체가 가장 높은 Tm을 가지고, Random 공중합체가 가장 낮은 Tm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 편에서 배운 핵심 내용
이번 1편에서는 플라스틱 수지의 열적 성질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유리전이온도와 용융온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유리전이온도는 고분자 사슬의 마이크로브라운 운동이 시작되는 온도입니다. Tg 이하에서는 플라스틱이 딱딱하고 잘 부러지며, Tg 이상에서는 신장율이 개선됩니다. 경화도 향상, 가소제 첨가, 공중합 등의 방법으로 Tg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용융온도는 결정 구조가 완전히 무너져 액체 상태가 되는 온도입니다. Tm이 높으면 성형시간이 길어집니다. 압력의존성, 분자질량, 입체규칙성, 분자비대칭 등이 Tm에 영향을 미칩니다.
Tg와 Tm 사이에는 일정한 비율 관계가 있으며, 고분자의 대칭성에 따라 1/2에서 2/3 사이의 값을 가집니다.
다음 2편에서는 비카트연화온도, 비열, 열변형온도 등 나머지 열적 성질과 고분자의 결정구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